브랜드 멤버십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니 오늘은 조금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졌습니다. 혹시 오래된 건축물을 보거나 그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여행을 가면 오래된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옛날 사람들도 만져 봤을 그 건물의 벽에 손을 대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옛날의 사람들과 한 시점, 한 공간에 있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많은 체인 호텔들도 이러한 부분을 알기 때문인지 많은 역사가 있는 건물들을 호텔로 개조하여 개관하고는 합니다. 싱가포르의 이 호텔은 이와는 조금 다르게 1887년 호텔로 개관 이후, 싱가포르의 많은 역사를 함께 하였습니다.
Hotel의 시작
호텔의 건물은 1830년대 초 개인의 비치 하우스 용도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1878년에 건물을 임대한 찰스 에머슨 박사에 의해 에머슨 호텔이라는 이름으로 호텔로서 첫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샤키 형제 (Sakies Brothers : Tigran, Aviet, Arshak)에 의하여 고급 호텔 용도로 임대되었으며, 몇 달 뒤인 1887년 12월에 10개 객실의 래플스호텔이 오픈하였습니다.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높은 서비스와 시설로 고급호텔로서 유명세를 얻게 되었습니다.
Raffles Hotel의 시작과 부흥
개관 이후 10년간 호텔은 3개 새 건물을 증축하여 총 75객실 규모의 호텔이 되었습니다. 1899년에는 초기 비치하우스 자리에 Regent Alfred John Bidwell이 설계한 새로운 본관이 완공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본관은 싱가포르 최초로 전동 천장 선풍기와 전등과 같은 최첨단 시설을 보유하였습니다. 이로써 더욱더 고급호텔으로서의 입지를 다졌으며, 당구장, 연회장, 베란다, 객실까지 추가하며 확장하였습니다.
대공황과 전쟁의 여파
1930년대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친 대공항으로 샤키 형제도 파산을 하였고, 이후 재정 문제가 해결된 후 'Raffles Hotel Ltd.'라는 공기업이 설립되어 호텔을 인수하였습니다.
1942년 2차 세계대전 때에는 싱가포르까지 밀려난 영국군이 래플스 호텔에서 최후 항전 하였으나, 일본제국이 싱가포르를 점령하였고 호텔을 현지 일본군 사령부로 사용하였습니다. 영국 해군은 1945년 싱가포르를 재탈환하였고 이때 호텔로 피신한 일본군 300여 명인 수류탄을 터트려 자살하면서, 호텔의 많은 시설이 본래 모습을 잃고 파괴되었습니다.
Raffles Hotel 복원과 재개장
처음 개관한 이후 100년 만인 1987년에 싱가포르 문서 보관소에서 잃어버렸던 호텔의 원본 도안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도안은 'The Raffles Treasury'라는 책으로 출판되었으며, 호텔은 싱가포르 국립기념물로 지정되었습니다.
1989년에 싱가포르 정부는 국보급 건물인 호텔을 복원하기 위해 호텔을 임시폐쇄하였지만, 국보급 건물을 공사한다는 부담과 설계도면 없이 도안만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부분 때문에 건설로 유명한 일본과 서양의 많은 회사들이 수주를 포기하였습니다. 그때 수주를 받아들인 회사가 한국의 '쌍용건설'이었습니다. 쌍용건설은 이 프로젝트를 완벽히 하기 위하여 과거 호텔 사진을 모았으며, 사진을 모으기 위해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다른 동남아 지역까지 수소문했다고 합니다. 이 결과 쌍용건설은 2년 만에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완수하였으며, 호텔은 1915년 전성기의 모습을 찾았습니다. 쌍용건설은 이 프로젝트로 싱가포르 내에서 최고의 입지를 갖게 되었으며, 추후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건설 수주도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복원된 호텔은 이후 Colony Capital LLC, 카타르 국부펀드를 거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Accor 그룹에 인수되어, 현재는 Accor 그룹의 대표적인 럭셔리 호텔 브랜드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실 래플스 호텔은 오래된 만큼 건물 외에도 주목할 만한 것이 많은 호텔입니다. 현재는 문을 닫았지만 호텔에 투숙했던 유명 작가들의 희귀한 작품들이 전시되었던 박물관, 그 당시 유명인들의 모임 장소이자 핫플레이스였던 'Long bar (롱 바)', 그리고 그 롱바에서 탄생한 싱가포르의 국민 칵테일 'Singapore Sling (싱가포르 슬링)' 등 많은 이야기와 역사가 있는 공간입니다. 저도 싱가포르에 갔을 때 고가의 객실에서 투숙을 하지는 못하고 아쉬운 마름에 롱바에서 싱가포르 슬링을 마셔보았는데, 칵테일의 맛은 평범하였으나 오래된 바의 느낌과 땅콩 껍질을 바닥에 버리는 재미있는 문화 등이 칵테일의 맛을 올려주었습니다. 새로 생긴 최신식 설비의 호텔도 좋지만 싱가포르에 간다면 역사와 함께할 수 있는 이런 호텔은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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